“그 유산균, 그냥 먹으면 안 돼요?”
나에게 맞는 유산균, 처방 기준이라는 게 있다고?
며칠 전에 회사 동료가 아침 회의 전에
“야, 유산균 뭐 먹어? 나 요즘 배가 너무 더 부룩해 죽겠다.”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 말 듣자마자 빵 터졌다.
왜냐하면, 나도 같은 이유로 지난주에 ‘유산균 덕후’ 지인에게 설교를 했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친구 말이 이랬다.
“아무 유산균이나 먹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유산균에도 처방 기준이 있고, 사람마다 필요한 균주가 다르다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전까지는 마트에서 아무거나 사 먹었고, ‘먹으면 장이 알아서 좋아지겠지’라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유산균도 마치 맞춤 영양제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산균, 전부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유산균은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 Streptococcus 같은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성’ 이름일 뿐이고,
그 안에도 수백 개의 **‘균주(strain)’**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 Lactobacillus rhamnosus GG (LGG): 설사나 장염에 자주 쓰임
- Bifidobacterium longum BB536: 면역 기능 강화에 효과적
- Lactobacillus plantarum 299v: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적합
- Saccharomyces boulardii: 항생제 복용 후 설사 예방용
이처럼 균주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아무 유산균”을 먹는 건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나한테 맞는 유산균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요즘은 병원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추천하거나, 아예 처방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가 진단도 가능하다. 간단하게 기준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잦은 설사/장염 | LGG, S. boulardii |
변비 | B. lactis, L. plantarum |
과민성대장증후군(IBS) | L. plantarum 299v |
항생제 복용 중/후 | S. boulardii + 복합 유산균 |
면역력 저하 | B. longum, L. casei |
피부 트러블 | L. rhamnosus GG + 비타민B 복합 |
※ 균주명은 제품 라벨에서 ‘L.’, ‘B.’로 시작하는 이름을 보면 찾을 수 있다.
제품 선택 시, 꼭 체크해야 할 5가지
내가 경험적으로 느낀 건,
아무리 좋은 유산균이라도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 균주명이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가
→ ‘혼합유산균’이 아니라, 정확한 균주명이 적혀 있어야 한다. - 균 수(CFU 수치)가 100억 이상인지
→ 너무 낮으면 효과도 낮고, 위산에 다 죽을 수 있다. - 장용 코팅이 되어 있는지
→ 위에서 녹아버리면 장까지 살아서 못 간다. - 프리바이오틱스 포함 여부
→ 유산균의 먹이가 함께 있어야 장에서 잘 자란다. - 냉장 보관 필요 여부
→ 살아 있는 균이라면, 유통 환경도 중요하다.
한 달 먹고 난 후, 몸의 신호가 바뀌었다
내가 고른 제품은 ‘L. plantarum 299v’ 중심 복합 유산균.
처음엔 믿지 않았는데, 2주 지나니 화장실 가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기름기 많은 음식 먹고도 더부룩함이 훨씬 줄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기분이 좋아졌다.
이건 진짜 의외였는데, 검색해보니
“장내 미생물과 세로토닌(행복 호르몬)은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몸이 편해지면 마음도 편해지는 거구나 싶었다.
결론은? 유산균도 '나 맞춤형'이 되는 시대
이제는 무턱대고 “그냥 유산균 하나 사서 먹자”라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증상에 맞는 균주를 알고, 제품 라벨을 읽고,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조언까지 받아보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딱 하나만 기억하자,
유산균도 ‘아무거나 먹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나에게 필요한 유산균을 찾아보는 것부터 당장 시작해보자,
나의 장과 너의 장이 달라질것이다.